많은 기대를 모았던 2023 WBC가 결국은 '폭망'으로 종료되었다. 호주는 한 수 아래로 평가했지만 접전 끝에 패배하였고, 우리가 따라가야 했던 일본과는 격차가 더 벌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졸전을 거듭한 이번 WBC의 경기를 보고 많은 야구 선배들도 불만이 가득한 듯하다. 몇몇 야구선수 출신 인물들은 유튜브에 대표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이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김현수는 "대표팀에 많이 나오셨던 선배들한테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른 분들이 되게 많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저희랑 같이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쉽다"라는 말로 서운함을 표현했다.
사실 김현수는 이번 대회 워스트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어야 했지만 실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김현수의 발언은 옹호받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김현수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이번 대회까지 무려 10번의 태극마크를 달며 15년간 국가대표 타선을 이끈 선수다.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2009 WBC에서 0.393의 타율에 1이 넘는 OPS, 2015 프리미어12에서는 MVP에 뽑힐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우승에 앞장섰다. 대한민국 야구의 영광을 이끈 핵심 인물이 김현수다. 게다가 (본인은 맹활약을 했음에도) 팀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대회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사죄를 했을 만큼 누구보다도 국가대표 자리에 책임감이 강했던 김현수다. 이번 대회 하나 만으로 김현수의 국가대표 커리어를 비하하기엔 그가 세운 업적이 무척 크다. 이번 대회를 보고 비난을 가했던 야구 선수출신들보다 훨씬 국가대표 업적이 큰 게 김현수다.
김현수의 발언이 틀린 것인지도 의문이다. 결과만 보고 누가 못했네 누구 때문에 졌네 하며 범인 찾기 하는 게 과연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까? 비난을 하려거든 적어도 현 상황에 대한 개선 방법을 제시하면서 비난을 해야 한다. 개선 방향 제시도 없이 그저 결과만 보고 "오리배 타고 오라"는 식의 날 선 비판을 하는 것은 일개 악플러와 다를 바 없다. '학폭 선수 발탁'이 그들이 제시하는 유일한 해결방안인 것은 굉장히 유감이다.
대한민국 야구의 실력이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누구를 뽑아야 하네 대회를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네 같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좋은 선수와 좋은 리그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승엽 감독의 말처럼 '대선배부터 모든 야구인의 패배'라고 생각하고 선배들도 책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저 "우리 때는 잘했는데 후배들이 못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비판만 하는 것은 야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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