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까지 리드시 절대 역전을 당하지 않던 키움 히어로즈의 막강한 불펜이 드디어 무너졌습니다. 그것도 승리를 눈앞에 둔 9회말 2아웃에 말이죠. 그리고 히어로즈의 철벽 불펜을 무너트린 선수는 공교롭게도 '히어로즈의 심장'이었던 박병호였습니다. 이제는 히어로즈의 유니폼이 아닌 kt 위즈의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의 스윙 한 방은 9회말 2아웃 3-4로 패색이 짙던 kt에게 기적 같은 승리를 안겨 주었습니다.
이 홈런은 놀라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위에서 언급드렸듯 키움은 7회까지 리드시 한 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47승 1무). 하지만 그것을 박병호가 홈런 한 방으로 깨트렸습니다. 패전투수가 된 키움의 마무리 문성현은 32이닝 동안 피홈런이 고작 1개에 불과했습니다만 박병호에게는 쓰라린 홈런을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또 놀라운 점은 이것이 3볼 0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만들어낸 홈런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3볼 상황에서는 공 하나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박병호는 3볼 상황에서도 매섭게 스윙을 돌렸습니다. 게다가 3볼 상황에 노린 공은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였습니다. 보통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직구를 노리는 경우가 많지만 박병호는 한 수 더 생각해서 슬라이더를 노려 대형 타구를 만들어냈습니다. 고수의 노림수라고 볼 수밖에 없는 홈런이었습니다.
이 홈런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2022 시즌 KBO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WPA는 승리 확률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kt는 9회말에 1,2번 타자가 차례로 아웃되며 승리 확률이 4.7%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알포드의 볼넷 출루로 9.8%까지 올라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kt의 승리 확률은 턱없이 낮았고 키움의 승리 확률은 90%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박병호의 홈런은 고작 9.8%였던 승리 확률을 100%로 바꿔놓았습니다. 이 홈런의 WPA는 0.902, 2022시즌 KBO 모든 장면을 통틀어도 가장 WPA가 높은 장면이었습니다. 최근 다섯 시즌을 보더라도 이 순간보다 WPA가 높은 순간은 고작 두 번 밖에 없었습니다. 즉 박병호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놀라운 점은 이 홈런이 박병호의 30호 홈런이라는 것이고 이제 홈런 2위 김현수와의 격차는 11개로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박병호의 홈런왕 등극은 매우 큰 변수가 있지 않는 한 확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박병호가 몇 개의 홈런을 기록하느냐입니다. 올해 박병호의 모습을 본다면 전성기 시절의 홈런 수를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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