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야구선수 중 현재 가장 욕을 먹는 선수는 강백호일 것입니다.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아무 생각 없이 껌을 씹는 모습을 보여 투지가 없는 선수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지난 8월 15일 강백호는 경기 수훈 인터뷰에서 본인이 '자발적으로' 껌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였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본인의 잘못이며 좋은 선수를 떠나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도록 하겠다"라고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많은 대중들은 강백호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강백호의 논란, 그리고 사과에 대한 비야구팬과 야구팬의 반응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왼쪽은 인스타그램에 있는 한 유머 계정에 올라온 강백호 사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은 유명한 야구 정보 제공 서비스인 '야구친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강백호 사과에 대한 반응입니다. 반응을 보면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야구팬들이 보는 계정인 야구친구에서는 강백호를 응원하는 반응이 절대적이지만 야구팬들이 아닌 사람들이 보는 유머 계정에서는 여전히 강백호를 욕하는 반응이 훨씬 큽니다. 유머 계정에서 야구팬들이 댓글을 달았을 수도 있지 않냐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강백호 욕하는 댓글을 쓴 사람들의 계정을 들어가 보면 야구 관련 게시물을 올리거나 야구선수, 야구 구단 등을 팔로우하는 사람을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야구팬이 아닌 사람들은 강백호를 욕하지만 야구팬들은 강백호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야구팬들이 봐도 강백호의 껌씹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백호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야구팬들은 별로 없습니다. 그 이유는 원래 강백호가 투지 넘치는 선수라는 걸 모두 알고 있고 원래 강백호는 인성도 좋은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백호가 껌으로 논란이 된 도미니카전에서는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결정적인 역전타까지 쳐내며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올림픽 전체적으로는 KBO에서 보여준 모습보다는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강백호를 올림픽 실패의 원흉으로 생각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감독의 운영 능력이라든지 아니면 극도로 부진했던 몇몇 타자들을 원흉으로 생각하는 야구팬들이 훨씬 많죠.
올림픽 전에 터져버린 야구선수들의 일탈행위, 그리고 올림픽에서의 부진한 성적, 이 모든 야구계의 상황을 대표해서 욕을 먹는 선수가 강백호라는 게 참으로 애석합니다. 강백호는 실력으로든 인성으로든 그렇게 욕을 먹을 선수가 아닙니다. 올림픽에서 강백호보다 부진했던 선수가 수두룩하며 강백호가 투지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껌 씹는 장면 하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몇몇 야구선수들이 저지른 사건사고로 야구선수들의 인성을 욕할 거라면 강백호가 아닌 사고 친 그 선수들을 욕해야 합니다. 강백호는 KBO에서 가장 사인을 잘해주는 선수 중 한 명이며 특히 어린이 팬들에 대한 팬서비스가 상당히 훌륭한 선수입니다. 야구계를 대표해서 비난받기엔 강백호는 너무나도 좋은 선수이며 너무나도 좋은 사람입니다.
TV에 비친 3초 가량의 모습만으로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지 한 번 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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