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이영하가 부진을 거듭하며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습니다. 이영하는 선발 4경기에서 1승 3패 방어율 11.40의 최악의 성적을 보였습니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에게 확실한 선발 한 자리를 기대했지만 이영하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결국 2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영하는 2019년 17승 4패 방어율 3.64의 훌륭한 성적을 내며 야구팬들에게 엄청난 신임을 얻었습니다.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는 린드블럼 다음 2선발의 중책을 맡기도 했으며 국가대표에도 차출되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두산 베어스와 국가대표팀의 우완 에이스로 떠올랐던 이영하의 부진은 야구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영하의 추락은 사실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애초에 이영하는 잘했던 투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영하의 통산 기록을 살펴보면 이영하가 잘했던 시즌은 2019년 뿐입니다. 2018년에도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결국 방어율은 5.28로 그저 가능성만 보여준 정도였습니다. 지난 2020년은 모두가 알고 있듯 선발에서 부진하여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하기도 했구요.
이영하 통산 성적 | ||||
연도 | 이닝 | 승-패 | ERA | FIP |
2017 | 35.2 | 3승 3패 | 5.55 | 6.79 |
2018 | 122.2 | 10승 3패 | 5.28 | 5.47 |
2019 | 163.1 | 17승 4패 | 3.64 | 3.98 |
2020 | 132.0 | 5승 11패 (6세이브) | 4.64 | 4.70 |
2021 | 15.0 | 1승 3패 | 11.40 | 8.06 |
그래도 이영하가 2019년에 좋은 기록을 만든 것은 팩트입니다. 그러면 이영하는 어떻게 2019년에 좋은 기록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2017~2018년의 이영하는 피홈런이 꽤 많은 투수였습니다. 2017~2018년을 합쳐 158.1이닝 동안 23개의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그랬던 이영하가 2019년에는 163.1이닝 동안 고작 5개의 피홈런만을 허용했습니다. 피홈런이 급감한 덕분에 이영하는 2019년 굉장한 기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2019년은 KBO에서 공인구를 대수술했던 시즌이라는 것입니다. 2019년의 공인구는 타구가 잘 뻗지 않았고 그 덕분에 리그 전체의 홈런도 급감했습니다. 피홈런이 많았던 이영하는 이런 공인구의 변화에 큰 수혜를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2020년은 공인구가 2018년만큼은 아니지만 2019년 보다는 멀리 날아가면서 이영하의 피홈런도 2019년보다는 확연히 상승했습니다.
사실 이영하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홈/원정의 성적 차이입니다. 이영하는 홈과 원정의 성적 차이가 큰 선수이며 그가 좋은 기록을 만들었던 2019년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영하 2019년 홈/원정 성적 차이 | |||||
이닝 | 승-패 | 피홈런 | 피OPS | ERA | |
홈 | 76.1 | 10승 0패 | 0 | 0.561 | 1.89 |
원정 | 87 | 7승 4패 | 5 | 0.717 | 5.17 |
이영하가 가장 잘했던 2019년에도 원정에서는 방어율이 5점대였습니다. 홈에서는 10승 무패에 1점대 방어율이었던 것과 대비가 됩니다. 홈에서는 무적의 투수였지만 원정에서는 평범한 투수였을 뿐입니다. 이영하가 홈으로 쓰는 잠실 구장은 KBO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장이고 가장 홈런이 안 나오는 구장입니다. 그렇기에 투수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영하의 2019년 피홈런은 모두 원정에서 허용한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2019년의 공인구는 잘 뻗지 않는 공이었고 그렇기에 규모가 큰 잠실에서는 피홈런의 위험이 낮았습니다. 이영하가 2019년에 홈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유는 잘 뻗지 않는 공인구와 규모가 큰 잠실구장의 덕이 컸습니다. 쉽게 말해 공인구빨과 잠실빨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올해 이영하는 구속이 하락하고 볼넷을 남발하는 등 컨디션 자체가 안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시즌 극도의 부진은 분명 컨디션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영하가 컨디션을 회복한다고 해도 그가 2019년 처럼 에이스급 기록을 만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19년은 그야말로 공인구 덕분에 '반짝'했던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이영하가 잘했던 건 2019년의 홈경기뿐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그는 잘했던 투수가 아닙니다. 물론 이영하가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인 것은 맞지만 그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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