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포털 사이트 스포츠 뉴스에 댓글을 달 수 없지만 예전에 댓글을 달 수 있던 시절에는 '탁구장'이라는 표현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구장에서 홈런이 많이 나올 때 쓰는 말이었는데요,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과 홈런이 잘 안 나오는 구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구장별로 크기가 다르고 지형이나 위치에 따라 바람의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돔구장처럼 바람의 영향이 없을 수도 있구요.
구장이 홈런이 잘 나오는지 잘 안 나오는지는 '파크팩터'라는 지표를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파크팩터는 구장의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로 다른 구장에 비해 득점이 잘 나오는지, 홈런이 잘 나오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KBO의 파크팩터는 스탯티즈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스탯티즈에서는 득점/단타/2루타/3루타/홈런의 파크팩터를 제공하는데요, 오늘 알아볼 것은 어느 구장에서 홈런을 치기 쉽고 또 어려운지를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홈런 파크팩터만 가져와 보겠습니다(10개구단에서 사용하는 메인 홈구장만을 가져왔습니다. 포항 울산 청주 등 제외).
2020 시즌 구장별 홈런 파크팩터 (출처: Stati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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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 | 파크팩터(Single) | 파크팩터(Multi) |
고척 | 800 | 837 |
대전 | 1085 | 1036 |
대구 | 1205 | 1205 |
사직 | 1049 | 1066 |
문학 | 1096 | 1152 |
잠실 | 732 | 769 |
창원 | 1121 | 1106 |
광주 | 1052 | 1009 |
수원 | 1014 | 951 |
2020 시즌의 홈런 파크팩터를 가져왔습니다. 스탯티즈에서는 싱글 파크팩터와 멀티 파크팩터를 제공하는데요, 싱글 파크팩터는 그 시즌의 기록이고 멀티 파크팩터는 그 시즌부터 3년 동안의 기록입니다(당해 1, 전년 1/2, 전전년 1/4 만큼 반영). 아무래도 한 해 기록보다는 3년간의 누적 데이터인 멀티 파크팩터가 더욱 믿을 만하겠죠.
스탯티즈에서는 1000을 기준으로 1000보다 크면 홈런이 잘 나오는 것이고 1000보다 작으면 잘 안 나오는 것입니다. 숫자가 클수록 더 많이 나오는 것이구요. 파크팩터를 봤을 때 홈런이 가장 안 나오는 구장은 단연 잠실구장입니다. KBO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장답게 홈런이 다른 구장들에 비해 확연히 적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홈런이 안 나오는 구장은 돔구장인 고척입니다. 고척도 KBO에서 규모가 큰 편인데요 간혹 돔구장은 공기저항이 없어서 비거리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일본의 도쿄돔의 경우에는 구장의 기압으로 지붕을 받치는 구조기 때문에 상승기류를 형성해서 비거리가 잘 나오는 게 맞지만 고척돔의 경우에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지 않아서 도쿄돔과 달리 비거리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홈런 파크팩터를 보면 고척돔과 비슷한 규모의 구장(광주, 대전)에 비해 뚜렷하게 홈런 파크팩터가 낮은 것을 보면 오히려 비거리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반대로 홈런이 가장 잘 나오는 구장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입니다. 라이온즈파크는 좌우 펜스가 99.5m 중앙 펜스가 122.5m로 작은 규모가 아니지만 구장이 팔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어 외야가 호 모양이 아닌 각진 모양이고 그로 인해 좌.우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다른 구장들에 비해 확연히 짧습니다. 홈런이 가장 잘 나오는 타구 방향이 좌.우중간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라이온즈 파크는 가장 홈런 치기 쉬운 구장일테고 홈런 파크팩터에서도 그것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다음으로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은 현재 KBO 홈구장 중 두 번째로 규모가 작은 문학구장, SSG 랜더스 필드입니다. 가장 규모가 작은 구장은 사직구장이지만 사직 구장은 담장이 4.8m로 상당히 높습니다. 담장 높이를 고려하면 문학이 제일 작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문학구장은 오래전부터 타자친화 구장이었는데요, 야구팬들에게 대표적으로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으로 기억되는 목동구장보다 홈런 파크팩터가 더 높았던 곳이 문학입니다.
창원 NC 파크의 홈런 파크팩터도 주목할 만합니다. (NC 파크는 2019년부터 사용한 구장이라 멀티 파크팩터의 계산이 2년간의 기록만으로 되어 있을 겁니다) 싱글 파크팩터를 보아도, 멀티 파크팩터를 보아도 NC 파크는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입니다. 심지어 2020년의 기록만 보면 문학구장보다도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이었습니다. NC 파크 또한 라이온즈 파크와 마찬가지로 외야가 각진 모양이라 좌.우중간이 짧습니다. NC에 홈런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구장과 아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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