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두산과 한화의 경기는 18대1 두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 경기에 대한 이슈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경기를 중계한 SBS 스포츠의 안경현 해설위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14대1로 경기가 이미 기울어진 9회초, 한화의 마운드에는 내야수 강경학이 투수로 등판합니다. 이를 본 안경현 위원은 "완전히 넘어간 경기에 투수를 허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는 하는데 여기는 올스타전이 아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강경학이 이닝을 끝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자 안경현 위원은 "프로는 경기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야수가 올라오는 경기가 최선을 다하는 경기는 아니죠"라고 한화의 마운드 운용을 비판하더니, 강경학에 이어 외야수 정진호가 마운드에 등판하자 "과연 입장료를 내고 이 경기를 봐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 같으면 안 봐요"라고 말했습니다.
안경현 위원의 입장은 확실합니다. 프로라면 팬들을 위해 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수가 아닌 야수가 마운드에 등판하는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프로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구요. 당시 엔트리에 남은 투수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기에 안경현 위원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경기 운영의 권한은 감독에게 있습니다. 경기를 포기할 권한도 감독에게 있습니다. 안경현 위원은 감독의 생각을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는 9회에 14-1,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역전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감독은 한 경기가 아닌 시즌 전체를 이끌어야 합니다. 이미 완전히 기울어져버린 경기에 굳이 투수력을 허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엔트리에 투수들이 남아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투수들은 이미 전날 투구를 한 상황이었으며, 전날 투구를 하지 않았던 투수들은 핵심 필승조 투수들이었는데 13점 지고 있는 상황에 필승조 투수들을 투입하는 것은 괜한 전력낭비입니다. 이미 기울어진 경기에 전력을 허비하느니 전력을 아껴서 더 좋은 전력으로 다음 경기를 맞이하는 게 훨씬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감독은 한 경기가 아닌 시즌 전체의 성적으로 평가됩니다. 한 경기를 잘하는 것보다 시즌 전체를 잘 치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수베로 감독의 강경학, 정진호 투수 기용은 결국 다음 경기, 그리고 시즌을 잘 치르기 위한 결정입니다. 이를 비난하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입니다.
야수의 투수 기용은 한국에서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한화는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에 있었던 수베로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기에 야수를 투수로 기용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는 야구에 대한 관점의 차이고 문화의 차이이지 절대로 맞고 틀림의 개념이 아닙니다. 안경현 위원은 그런 다양성을 전혀 존중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외국인 감독에 대한 텃세인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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