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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는 탱탱볼 어게인? 공인구 반발계수는 중요하지 않다

0개국어 블로거 2021. 4. 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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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KBO에서 2021 시즌 공인구 1차 검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사를 실시한 모든 공이 KBO의 기준을 충족했지만 일부 야구팬들과 유명 언론사에서는 공인구 반발계수가 지난 시즌보다 소폭 상승한 것을 보고 탱탱볼 시즌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으며 일부 팬들은 KBO가 일부러 홈런을 늘리기 위해 공인구를 조작한다는 음모론까지 거론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공인구 검사 결과를 보면 평균 반발계수가 0.4190으로 지난해 11월의 공인구 검사 결과 때보다 반발계수가 0.0037이 증가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야구공은 반발계수가 0.001 상승하면 타구의 비거리가 30cm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발계수 0.0037 증가는 약 1m가량 비거리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0.4190의 반발계수는 KBO 역사상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온 2018년의 반발계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홈런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유명 야구 기자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해야 합니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공인구의 비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맞지만, 그 영향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반발계수 외에도 공인구의 비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많습니다. 공의 무게, 크기, 솔기의 폭과 높이, 공의 재질, 공의 모양 등이 공인구의 비거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어쩌면 반발계수 외의 것들이 공인구의 비거리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공인구의 비거리에 대해서 여러 연구들이 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명확히 밝혀졌다면 MLB의 탱탱볼 논란은 이미 예전에 해결되었을 겁니다)

 

아래 표는 A, B, C 세 기간 동안의 KBO 공인구 반발계수를 적은 표입니다. 과연 A, B, C 중 어느 기간에 홈런이 가장 많이 나왔을까요?

  A B C
반발계수 0.4198
0.4176
0.4247
0.4213
0.4141

반발계수에 의하면 B 기간의 공인구가 홈런이 가장 잘 나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역시 B기간이 역대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온 2018년일까요?

 

  A B C
반발계수 0.4198
0.4176
0.4247
0.4213
0.4141
기간 2018년 전반기 2019년 전반기 2020년 8월 31일까지
경기당 홈런 수 2.40개 1.44개 1.96개

아닙니다. 사실 B기간은 홈런이 엄청나게 급감했던 2019년 전반기입니다. 홈런이 역대 가장 많이 나온 2018년은 A기간이었습니다. 2018년에 비해 2019년은 오히려 공인구 반발계수가 뚜렷하게 증가했음에도 홈런은 엄청나게 급감했습니다. 반발계수가 아닌 다른 요소로 인해 공인구의 비거리가 줄어든 것입니다

 

사실 역대 최대의 홈런 시대였던 2018년도 2017년에 비해 공인구 반발계수가 0.003정도 감소했지만 경기당 홈런수는 0.3개 정도 증가했습니다(경기당 홈런 수 2017년 2.15개, 2018년 2.44개). 그리고 2018년의 공인구는 그 전 2014, 2015년 통일구를 사용하지 않을 때의 몇몇 공인구들에 비해 반발계수가 뚜렷하게 낮은 공이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은 역대 가장 많은 홈런이 나왔습니다. 반발계수가 홈런수의 증감에 그렇게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프로야구는 2013년 후반기부터 홈런이 증가하며 타고투저가 뚜렷해졌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BO에서는 공인구를 통일하기도 했고 반발계수를 낮춰보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2018년 40+홈런 타자만 다섯 명이라는 엄청난 홈런의 시대를 겪게 됩니다. 결국 KBO는 2019년을 앞두고 공인구를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MLB와 NPB의 공인구를 전달받아 면밀히 비교 분석했고 많은 부분에서 개선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2019년 홈런이 엄청나게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과 언론에서는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낮춰 홈런이 감소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2019년 전반기까지는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위 표에서 보듯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홈런은 급감했습니다. 

 

자 그러면 과연 많은 분들이 탱탱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번 공인구는 과연 홈런이 잘 나오는 공일까요? 비록 경기수가 35경기에 불과하지만 시범경기의 데이터만 보면 전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시범경기에서는 35경기에서 43개의 홈런이 나왔습니다. 경기당 1.23개의 홈런으로, 홈런이 급감했던 2019년보다 경기당 홈런 비율이 더 낮습니다(2019년 경기당 홈런 수 1.41개)

 

반발계수 하나만 보고 그 공이 탱탱볼이다 아니다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반발계수 하나만 보고 KBO를 욕해서도 안 됩니다. 지금껏 반발계수는 홈런 수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야구공은 정말 미묘하고 복잡한 물체입니다. 부디 단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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