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정규리그 5위를 기록한 키움 히어로즈, 시즌 전에는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평가되었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성적이 하락하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2020년 10월 8일, 손혁 감독은 자진 사퇴를 발표했는데요, 사실상 경질이라는 이야기, 허민 의장 등 구단 수뇌부의 갑질이 있었다는 이야기 등이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몇몇 야구 전문가들은 2020년 키움 히어로즈를 되돌아보며 손혁 감독의 사퇴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아 성적이 좋지 않았고 순위가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손혁 감독이 사퇴할 당시 키움 히어로즈의 순위는 3위였습니다. 하지만 손혁 감독이 사퇴하고 시즌을 5위로 마감했으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손혁 감독 사퇴 이후 키움 히어로즈의 성적을 살펴보면 12경기에서 7승 5패를 기록했습니다. 손혁 감독 사퇴 시점에 0.557이던 승률이 시즌 종료 시에는 0.559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당시 상대팀을 살펴보면 NC와 1경기, kt와 3경기, 두산과 5경기, 한화와 3경기를 치렀습니다. 한화와의 3경기를 제외한 9경기가 상위권 팀을 상대하는 것이었음에도 7승 5패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상위권 팀들과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도 승률이 상승했는데 과연 이를 성적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럼 키움 히어로즈가 손혁 감독 사퇴 이후에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는데 왜 순위가 5위로 하락했을까요? 그건 3위였던 키움과 4위였던 LG, 5위였던 두산의 게임차가 얼마 나지 않았고, LG와 두산이 키움보다 4~5경기 더 많이 남겨두고 있었으며, LG와 두산의 잔여경기 성적이 매우 좋았기 때문입니다.
손혁 감독 사퇴 이후 키움, LG 두산의 잔여경기 성적 | |||
구단 | 잔여경기 수 | 성적 | 승률 변화 |
키움 | 12 | 7승 5패 | 0.557 -> 0.559 |
LG | 16 | 10승 1무 5패 | 0.552 -> 0.564 |
두산 | 17 | 12승 5패 | 0.545 -> 0.564 |
손혁 감독이 사퇴한 10월 8일부터 키움과 LG, 두산의 잔여경기 성적을 살펴보면 키움은 7승 5패로 성적이 준수했지만 LG와 두산의 성적이 너무 뛰어났습니다. 경쟁팀이 너무 잘한 것을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이 기간에 키움과 두산의 맞대결이 다섯 번 있었는데 승을 더 많이 따낸 팀은 키움이었습니다(3승 2패). 그럼에도 두산이 다른 팀들과의 경기를 너무나도 잘했습니다. 키움으로서는 그저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도 키움 히어로즈의 순위 하락이 손혁 감독 사퇴로 인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손혁 감독이 사퇴한 이후 순위가 3위에서 5위로 하락하긴 했지만 이는 키움이 못해서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었고 불운했던 것뿐입니다. 과연 손혁 감독이 계속 있었다면 잔여 경기에서 7승 5패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손혁 감독이 있었으면 와일드카드전을 이겼을까요? 그럴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실 키움 히어로즈의 순위 하락은 이미 그전부터 예견되어 있었고, 손혁 감독은 순위 하락이 진행되는 중에 사퇴했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는 바로 '피타고리안 승률'입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 중반부터 쭉 실제 승률이 피타고리안 승률에 비해 높았고, 9월 초에는 실제 승률이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3푼가량 높기도 했으며 9월부터는 쭉 피타고리안 승률이 10개 구단 중 5위였습니다. 실제 승률이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높다는 것은 그 팀에게 운이 따라주고 있다는 뜻이며, 결국엔 운이 정상화되면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키움 히어로즈는 9월 말부터 성적이 하락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가 이전 블로그에 자세히 적어놓은 것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키움 히어로즈에게 정규리그 5위는 공평한 결과다 (tistory.com)
지난 2020시즌 우승후보로 불렸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키움 히어로즈. 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이유를 손혁 감독의 사퇴 때문으로 돌리면 절대 안 됩니다. 그냥 지난 시즌 키움 히어로즈는 5위를 하는 게 공평한 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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