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LG의 2대 2 트레이드가 발표되었습니다. 함덕주, 채지선과 양석환, 남호를 교환하는 트레이드입니다. 두산이 수년간 팀의 핵심 불펜을 담당했고 간간히 선발로도 좋은 활약을 한 함덕주를 내준 것이 매우 눈에 띕니다. 반대급부로 받아온 양석환은 주포지션이 3루지만 1루도 잘 소화하는 선수인데요, 오재일의 이탈로 1루에 공백이 생긴 두산이 양석환을 통해 오재일 공백을 메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산의 1루 상황이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과연 양석환이 국가대표에도 뽑히는 함덕주를 내주면서까지 데려올만한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이 듭니다. 솔직히 말해서 양석환은 가치에 비해 고평가되어 있는 선수라고 생각되거든요. 물론 두산이 선수를 잘 키우는 팀이고 예전 오재일처럼 다른 팀에선 잘 못하다가 두산에 와서 잘하게 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양석환이 두산에서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보면 양석환은 가치가 별로 높지 않은 선수입니다.
양석환이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그의 장타능력 때문입니다. 2017년 14홈런을 치며 LG의 확고한 주전으로 도약한 양석환은 이듬해인 2018년에는 22홈런을 쳐내며 본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 냅니다. KBO에서 가장 큰 구장인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20홈런을 기록했다는 것은 확실한 홈런 생산 능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양석환은 홈런 생산 능력 외에는 뛰어난 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떨어지며 볼넷으로 출루하는 능력은 매우 떨어집니다. 2018년 22홈런을 쳐내며 0.455의 준수한 장타율을 기록했지만 타율은 0.263, 출루율은 고작 0.303으로 OPS가 0.759에 불과했습니다(2018년 리그 평균 OPS 0.803). 2018년 WAR도 1.37로 5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네 번째로 낮은 WAR을 기록했습니다. 홈런이 많아 성적이 준수해 보였지만 사실은 홈런만 많고 출루율이 매우 안 좋아 생산성이 좋지 않은 선수였던 것입니다.
양석환은 땅볼 타구 비율과 뜬 공 타구 비율이 두 배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엄청난 플라이볼 히터입니다. 홈런이 많은 것도, 하지만 그에 비해 타율이 떨어지는 것도 다 뜬 공 타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수들은 규모가 작은 구장으로 간다면 성적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같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구장 변화로 인한 성적 상승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큰 문제는 양석환이 많은 홈런을 기록했던 과거와 현재의 환경 또한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탱탱볼'이라고 부를 정도로 잘 날아가는 공인구를 사용했었습니다만 지금은 KBO에서 의도적으로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춘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이 감소했습니다. 양석환처럼 뜬 공이 많은 타자들에게 더더욱 불리해진 상황입니다.
어쨌든 트레이드는 완료되었습니다. 국가대표 투수 함덕주를 내주면서까지 했어야 하는 트레이드였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야구란 것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석환이 새로운 팀에서 본인 최고의 전성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양석환과 같이 데려온 어린 투수 남호가 엄청난 성장을 이뤄낼 수도 있구요. 트레이드의 손익은 시간을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과연 미래에 이 트레이드는 어느 팀이 승리한 트레이드로 평가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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