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가 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 원소속팀 롯데의 계약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며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스프링캠프 시작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항간에 들리는 말로는 이대호와 롯데의 생각의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대호는 롯데의 전설로 충분히 대우받고 싶어 할 것이며 워낙에 자존심이 강한 선수입니다. 반면 롯데 성민규 단장은 효율성과 실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둘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호는 타팀 이적이 사실상 불가능입니다. FA 등급제 B등급인 이대호를 타팀에서 영입한다면 영입한 구단에서 이대호 연봉의 100%와 보상선수 1명 또는 이대호 연봉의 200%를 지급해야 합니다. KBO 역대 최고 연봉인 25억의 이대호의 연봉을 생각하면 타팀에서 그를 영입할 가능성이 0%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이대호의 FA 계약은 롯데 잔류 혹은 은퇴 두 가지 결과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대호가 좋은 계약을 요구하기엔 그의 기량 하락이 명백하다는 것입니다. 주루 능력이 KBO 최하위권인데다가 수비 능력도 좋지 않은 이대호가 내세울 것은 오로지 타격뿐인데요, 이대호는 2020년 타율 .292에 OPS .806이라는 평범한 성적을 보여줬습니다. WAR은 고작 1.01로 좋은 계약을 요구하기엔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입니다. 불과 두 시즌 전 2018년까지만 해도 타율 .333, OPS .987, WAR 3.84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최근 2년간의 모습은 명확히 노쇠화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대호는 작년까지도 여전히 4번타자를 수행했지만 앞으로도 4번타자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팀 4번 타자들에 비해 성적이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대호는 2020시즌 KBO에서 4번으로 가장 많이 출전한 선수인데요, 10개 구단 4번타자들의 OPS를 살펴보면 이대호는 7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대호 아래에는 뚜렷한 4번타자가 없었던 한화와 삼성 선수들이 있으며, 키움의 박병호보다 OPS가 약간 높긴 하지만 키움의 고척돔은 롯데의 사직구장보다 홈런을 치기 어려운 구장이기 때문에 OPS 기록에서 불리함이 있습니다.
타자의 생산력을 객관화하여 보여주는 수치인 wRC+를 살펴보면 이대호의 wRC+는 KBO 4번타자 중 8위이며 9위인 반즈와 대동소이합니다. 현재 이대호의 타격 능력은 타팀의 4번타자들에 비해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대호는 팀의 레전드 선수이며 오랜시간 롯데에 큰 공로를 세운 선수입니다. 이는 분명 인정받아야 하지만, 이것만으로 좋은 계약을 요구하기엔 분명 부족함이 있습니다. 마침 이대호와 고작 1살 차이인 기아의 최형우가 3년 47억이라는 상당히 좋은 계약을 따냈고 이대호도 분명 이에 못지않은 계약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건 최형우는 2020시즌 타격왕에 WAR 5.70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 타자라는 것입니다. 실력으로 증명을 했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은 것입니다. WAR 1.01의 이대호가 그 정도의 계약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롯데는 과거에 이대호가 타격 7관왕을 기록했을 때에도 이대호에게 아쉬운 계약을 제시했습니다. 이 점은 분명 이대호가 서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일 뿐이며 이대호가 해외에서 복귀한 2017시즌에 롯데는 4년 150억이라는 KBO 역대 최고의 계약을 제시했습니다. 이미 그것 만으로 이대호는 과거의 서운함을 씻은 것이며 롯데의 레전드 대우도 충분히 받은 것입니다. 과거의 서운함도 씻었고 레전드 대우도 이미 충분히 받은 상황에서 실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좋은 계약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이대호가 롯데에게 양보해야 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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